십이지천의 아버지 '협객'으로 게임계 컴백

'약속과 신뢰', 너무나 당연히 지켜야할 덕목이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몇년의 시간이 흐른후에도 유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게임 개발을 다시 시작한 '장인정신'을 지닌 이들도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정통 무협 MMORPG '십이지천'의 아버지로 유명한 정성환 대표는 2010년 '마누엔터테인먼트(이하 마누)'를 설립하고, 무협 MMORPG '협객'을 개발, 유저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정성환 대표는 "마누라는 회사명은 법전의 마누를 인용한 것으로 손으로 사람을 재미있게 만드는 세상을 추구하고, 사람에게 제 1 가치를 부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예전 아이파이터와 십이지치천 유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누를 설립하고, 협객의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누에서 개발중인 '협객'은 정성환 대표가 가장 잘하는 장르인 정통 무협 MMORPG를 표방하고 있다.

정성환 대표는 "게임의 소재가 이제 고갈된 듯 하다. 플랫폼과 디바이스의 차이만 있을 뿐 개발할 수 있는 장르는 다 나왔다는 생각이다"며 "협객은 단순한 무협 성인 MMORPG가 아닌 게임 엔진을 자체 개발한 작품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 디자인이 가능한 신개념 온라인게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게임 최초로 3D 입체 시스템을 구현해 3D 안경을 끼고 플레이하면 뛰어난 입체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3D 안경을 착용하고 게임 플레이를 진행해 본 결과 기존 게임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3D 모니터가 구비되어야 한다는 한계성이 있지만 기술적으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미 십이지천을 통해 무협 게임의 재미와 유저들이 몰입하는 콘텐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대표는 '협객'에도 이러한 노하우를 전부 녹여냈다.

정 대표는 "무협 게임은 그래픽보다는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데 중점을 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십이지천도 처음에는 재미없었다. 전쟁이라는 동기 부여와 엔드 콘텐츠에 대한 도전이 맞물리면서 유저들이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예전 '아이파이터'를 플레이 했던 유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게임이 협객"이라며 "협객 내에는 격투장 모드가 있는데 소울칼리버 같은 느낌이 난다. 아이파이터의 게임 종료가 내 의지가 아니었던 만큼 아이파이터 유저들과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협객은 유저들과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지금껏 개발했던 게임들의 UI(유저 인터페이스)를 협객 내 녹였다. 기존에 정 대표가 개발한 게임들을 즐겼던 유저라면 쉽게 '협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나름의 배려다.

여기에 3D 입체 효과가 가능한 만큼 즐기는 게임 외에 관전 모드와 결과 배팅 등을 통해 보는 즐거움도 제공해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

올해 공개테스트(OBT)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협객'은 큰 뼈대는 완성이 된 상태이고, 캐릭터 간 밸런스 등 마지막 조율을 진행중이다.

직원들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기업 경영의 목표도 매우 확고하다.

정 대표가 마누 설립 전 중국 상하이 지사에 근무할 당시 언어의 장벽 때문에 기획서 수십권을 만들어서 파트너사들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처음에는 커뮤니케이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기획서가 이제 마누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됐다.

수년간에 걸쳐 작성한 기획서는 제본을 통해 장편 서사시에 버금가는 방대한 양을 자랑할만큼 쌓였고, 내부 직원들이 공유하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낳게 만드는 '개발 지침서' 가 됐다.

정 대표는 "개발 로직이나 그래픽 화보를 같이 보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기획서를 공유하면 공통적인 목표를 가장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과거의 자료를 통해 초심을 유지하기 쉬워 궁극적으로 모두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협객'의 개발로 인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직원들의 복지와 회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는다.

마누를 처음 설립할 당시 직원들과 추억을 함께 만들고 해외 지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한편 아카데미를 통해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 하는 등 3가지를 추구하며 이뤄나갈 방침이다.

정 대표는 "일년에 한달을 쉬어서 직원들과 같이 추억 만들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져온 숙원이다"며 "또 해외 지사를 세워 단순 출장이 아니라 가족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아카데미를 통해 개발자들이 후학을 직접 양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누의 궁극적인 목표는 종신이다. 국내 대표 게임업체들은 외부 인력이 중간에 인사권을 지니게 되면서 조직화 되는 경향이 있다"며 "모든 일이 그렇고 특히 게임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데 인사가 정치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성향이 있다.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구성원들이 즐겁게 평생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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