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진 한콘진 태국 지사장 인터뷰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 태국 지사가 설립됐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은 세 번째다.

한콘진은 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한국과 태국의 콘텐츠 교류에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18일 태국 방콕 아이콘시암 내 카페에서 만난 박웅진 한콘진 태국 지사장은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콘텐츠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 태국 정부와 민간에서도 콘텐츠 산업을 적극 육성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e스포츠나 블록체인, NFT를 비롯해 Y시리즈 등 특화 콘텐츠들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한국과 태국 간 콘텐츠 시너지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박웅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국 지사장.(사진=김동욱 기자)
박웅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국 지사장.(사진=김동욱 기자)

- 한콘진에서 태국 지사를 언제 설립했고, 왜 태국인가?

지난해 11월에 지사를 설립했다. 태국이 아세안경제공동체 중 싱가포르에 이어 2위 경제 대국이다. 엄청난 자본력이 있는 나라며,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태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 지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6년부터 준비를 했다. 이전에도 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어 3번째 지사 설립으로 태국 지사 설립으로 동남아 전체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 태국 같은 경우는 미얀마와 인도까지 관할할 수 있는 거점으로 보면 된다.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비즈니스 센터로 규모가 격상됐다. 비즈니스 센터로 격상이 되면 5~6명 정도 인원이 유지된다. 태국 지사는 조만간 격상될 예정이다.

- 한콘진은 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전략과 비전은

사실 태국이 아세안경제공동체에서 2번째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거점이 있긴 하지만 소비 수준은 태국이 훨씬 높다. 문화적인 소비력이 큰 나라다.

크래프톤이 이번 '2022 펍지 네이션스 컵(PNC 2022)'을 태국에서 개최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콘진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에서 태국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류의 1차 파도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이러한 파도가 인접국가들로 퍼져나가면서 2~3차의 영향력들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콘진은 동심원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태국이 중요하다. 동남아 시장에서 가장 마지막에 지사가 설립됐지만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영향력으로 K-콘텐츠를 전파하기 위해 동남아 콘텐츠 허브인 태국에서의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또 인접국가에 있는 센터들과 협업을 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도 만들 수 있다.

한콘진에서는 오는 2023년 태국에서 K-콘텐츠 엑스포 행사를 기획 중에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며, K-팝, 커버 댄스, 웹툰 체험전으로 나뉜다. e스포츠 행사도 엑스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태국에서 한국 e스포츠 관심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내년 K-콘텐츠 엑스포 행사에서 다양한 한국 기업들과 연계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  

- 현재까지의 성과는

박웅진 지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박웅진 지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아직 6개월 정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설립 단계'다. 오는 7월 6일에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K-콘텐츠 화상 수출 상담회를 개최한다. 해외 한콘진 거점들이 각 지역의 바이어를 모집해 온라인 비즈매칭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국에서는 17개 바이어, 한국에서는 63개 셀러가 참가한다. CJ E&M, 더핑크퐁컴퍼니 등 유수의 기업이다. 2달 정도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각 분야 유명한 바이어를 발굴했다. 54개 업체는 이미 선택돼 각 54번의 미팅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나름의 성과다.

- 태국 게임 시장 규모와 현지 인기 게임은

최근 DEPA(태국 디지털 경제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조 3000억 원의 규모다. PC 게임은 배틀그라운드가 '넘사벽'으로 가장 큰 히트를 쳤다. 모바일 게임은 가레나의 프리파이어가 유명하다. 물론 메이플스토리와 모두의마블 등도 태국에서 흥행했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배틀그라운드'다. 

- 태국 블록체인 시장은

블록체인, NFT(대체불가능한토큰) 시장은 한국 1년 전 시기로 보면 된다. 그래서 한국 캐릭터 업체들이 태국 NFT 시장 진출을 위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태국은 빈부격차가 크다. 엄청난 자본을 가진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찾고 있는데, 최근에는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가진 한국 업체들에 투자를 많이 진행했다. 한류 콘텐츠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서다.

현재 한국 캐릭터 IP 업체들과 태국의 블록체인 기업 혹은 투자자들이 활발한 물밑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캐릭터 IP 업체가 한국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와 조인트를 하고, 태국 투자자를 유치하고 민팅(minting, 발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서 민팅이 된 업체들이 태국에서도 민팅을 하기도 한다. 

- 태국 콘텐츠 시장과 한콘진의 역할은

박웅진 지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박웅진 지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한콘진의 메인 역할은 교두보다. 다만 문화라는 영역은 상호교류가 돼야 한다. 한국 콘텐츠가 태국에 진출하고 반대로 태국 콘텐츠 역시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물론 한국 콘텐츠 업체들이 태국 시장을 비롯한 인접 지역에 안착시키는 게 우리 업무의 메인이지만, 태국 콘텐츠도 한국에 진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양국 간 시너지가 난다. 일방적인 시장은 상당한 한계가 있다.

태국에서는 야오이 시리즈가 인기다. 약칭 Y시리즈로 동성 간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다. 태국은 게이 문화가 한국보다 거부감이 없다. 태국 문화부장관이 관련 콘텐츠를 소프트 파워로 키운다고까지 선언했을 정도다.

이러한 Y시리즈가 한국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있다. 최근 토종 플랫폼 '왓챠'에서 흥행한 '시맨틱에러'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한 Y시리즈다. 애정신은 나오지 않고 가볍게 그렸음에도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도 어둠의 경로로 태국 Y시리즈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태국 웹툰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거나 웹툰 작가 육성 프로그램을 한콘진에서 해줄 수 있다. 태국 라인 웹툰의 70%가 한국 콘텐츠고 여기에서 소싱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태국 고정 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 태국 개인의 콘텐츠 소비력은? 또 정부 및 민간은 콘텐츠 시장에 어떤 식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나 

박웅진 지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박웅진 지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동남아 시장에서 가장 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동남아에서는 1인당 결제여력이 가장 높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 5000만 명 이고 태국은 7000만 명이지만, 태국이 월등히 매출이 높다. 넥슨 타일랜드는 있지만 넥슨 인도네시아가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재 태국은 e스포츠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고, Y시리즈를 육성하는 것처럼 게임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태국 정부가 나서고 있다.

현지 개발자들이 한국처럼 늘어나진 않을 것이고, 자국 게임을 투자하겠지만 해외 게임도 투자 범위가 커질 전망이다.

민간에서는 거대 통신사업자인 AIS와 트루(TRUE)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AIS는 지난해 9월에 방콕에 e스포츠 경기장을 지었으며, PNC가 진행된 곳이 바로 아이콘시암몰 내 트루 아이콘 홀이다.

- 태국에서 PNC 개최가 한콘진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태국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더욱 열어두게 됐다. 오는 7월 한국에 들어가는데, 크래프톤과 만나 내년 K-콘텐츠 엑스포 진행과 관련해 더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 태국 시장을 눈여겨 보는 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태국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은 민족이다. 이제 태국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영역들은 이미 한국이 전통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다.

우선 한국은 e스포츠라는 마법의 치트키를 가지고 있다. 태국 역시 e스포츠 시장이 커지고 있는 단계다. 태국에서는 e스포츠 플레이어가 우승을 하면 인생을 역전하기 때문에 많은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기반도 잘 갖춰져 있는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호재, 민간에서도 대형 기업들이 e스포츠를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 특화된 분야들도 태국에서 전망이 좋다. 최첨단 기술 기반 게임들이 많이 진출해 이러한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

태국은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시장이다. 또한 태국은 동남아의 콘텐츠 허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흥행할 여지도 높다.

모든 게 맞아 떨어지는 이 시기에 한국 게임업체, 콘텐츠 기업들이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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