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쇼에 맞지 않는 초라한 부스 구성

수도권 최대 규모 게임쇼 '플레이엑스포(PlayX4)'가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지만, 차별화에는 실패해 게임 전시회로서 위기감이 돌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오는 15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플레이엑스포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킨텍스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한다. 지난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년 만에 현장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올해 플레이엑스포는 아케이드, 인디게임, 레트로 장터, 보드게임 등으로 구성됐고 경기 e스포츠 페스티벌 등 부대행사가 예정됐다.

그러나 막상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실망하는 눈치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융복합 게임쇼' 이름에 걸맞지 않은 게임들이 주를 이루면서다.

앞서 주최 측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게임사가 참가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지만, '한국형 가족 게임센터' 공동관의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디게임 부스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마저도 다른 행사에서 선보인 게임이거나 출시가 한참 지난 게임들이 상당수다.

먼지가 쌓인 키보드. 별도의 손소독제도 구비되지 않았다

이 같은 플레이엑스포의 특색 없는 구성은 예견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플레이엑스포의 오프라인 개최 결정이 늦어지면서 참가 기업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업체들의 부스 참가비를 무료로 전환했지만, 행사장 채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막 당일 오후까지도 아직 부스를 세팅하지 못한 개발사들도 종종 존재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관리 부재, 구분 없는 출입구 등 부실한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매년 도비 등 수십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지만,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사례로 몰락할 위기에 직면한 것.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임업계의 대기업들도 이듬해 참가를 꺼리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플레이엑스포는 지난 2009년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로 시작해 굿게임쇼코리아(2013년), 현재의 플레이엑스포(2016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름을 변경했다. 기능성게임이 주를 이룬 초기 전시회와는 달리 지난 2016년에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붐에 기대면서 융복합 게임쇼라는 슬로건을 걸었지만, 이제는 이도 저도 아닌 게임 전시회로 주저앉는 형국이다. 매해 색깔을 잃어가면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엑스포가 차별성을 잃으면서 관람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며 "게임 행사를 실질적으로 기획하는 전문가들을 찾아 제언을 청취하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구로 입장하는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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