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존' 기록적인 흥행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의 전례 없는 성공으로 배틀로얄 모드 도입은 슈팅 게임의 흥행 공식으로 떠올랐다. 반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승리한다는 조건이 경쟁심을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불법 프로그램(핵)을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불법 프로그램 억제 및 제재하는 관리 능력이 슈팅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의 중요한 운영 척도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배틀그라운드는 핵 관련 적극적인 대응으로 오랜 서비스를 유지 중이다. 이는 신규 맵과 아케이드 모드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반면 EA의 '에이펙스 레전드'는 핵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에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야 핵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서비스 초반의 실책은 뼈아프게 작용했다.

지난달 11일 출시돼 전 세계 흥행가도를 걷고 있는 '콜 오브 듀티: 워존(이하 워존)'은 이러한 기로에 놓였다. 전 세계 이용자 3000만 명을 돌파하며 엄청난 흥행몰이에 성공한 워존은 최대 150명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전투와 배틀로얄, 데스매치 등 FPS 트렌드를 반영했으며, '현금'과 '굴라그' 시스템으로 차별성을 두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또한 PC와 PS4, 엑스박스 등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해 많은 플레이어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핵 관리 능력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핵 관리 능력은 장기적인 서비스의 선행 조건

이처럼 슈팅 게임은 공통적으로 핵 관련 골치를 썩고 있다. 게임사가 핵을 쓰지 못하도록 패치를 하더라도 다음날 새로운 핵이 나오며 게임의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종류도 다양하다. 상대방을 곧바로 조준하는 에임핵은 기본이며, 총알이 벽을 뚫는 월핵, 빠른 움직임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스피드핵, 모든 이용자들의 위치가 노출되는 ESP 핵 등이 존재한다. 나아가 핵 판매자들은 걸리지 않는 방법을 조언하거나 중요한 전투 순간에 껐다 켜는 등 사용법도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에서 핵 사용자를 완벽하게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펍지주식회사는 핵 방지프로그램 '배틀아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역에 따른 접속 제한을 두는 등 핵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핵 사용으로 영구 정지 당하는 계정은 매주 10만 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이를 꾸준히 관리하는 능력은 오랫동안 게임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펍지주식회사는 자체적으로 핵을 잡아내는 것은 물론 이용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리플레이와 데스캠 등을 제공한다. 핵 사용이 의심된다면 어디서든 신고가 가능하고, 특히 신고한 대상이 핵으로 판명될 경우 '잡았다'는 팝업 메시지가 뜨는 등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카카오게임즈는 핵으로 제재당할 경우 게임 계정을 생성할 수 없으며, 수사 기관과 공조해 불법프로그램 제작 및 유포자, 사용자까지 처벌하는 형사 고소까지 검토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배틀그라운드 게임 핵을 만들어 유저에게 판매한 1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 "게임 콘텐츠 추가보다 선행돼야"...명확한 우선순위 필요

최근 워존 개발사 인피니티워드는 150명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전투를 200명으로 늘리고 4인 분대, 5인 분대 등을 추가한다고 발표했고 퍼블리싱을 담당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현재까지 5만 개 이상의 핵 사용 계정을 적발했다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다만 이용자들은 이 같은 수치에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워존 보안팀은 관련 데이터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용자들은 핵을 신고하는 UI(인터페이스) 등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제재를 당할 경우 다른 계정을 쉽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슈팅 게임의 경우 시장에서 일정 반응을 모으는데 성공했다면 핵 대응 관련 인원을 더욱 확충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배틀로얄 장르 특성상 각 플레이어가 자체적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를 명확히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실제 펍지주식회사는 매주 핵 사용에 영구 정지된 계정을 공개하며, 관련 청사진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핵은 기존 이용자 이탈과 신규 유저 유입을 막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이 같은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는 게임사에게는 핵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핵 관련 노력에 대해 이용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운영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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