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아이디어에서 본격 개발, 출시 궤도에 오른 프렌즈런


▲ 김훈일 넥스트플로어 디렉터

지난해 12월 처음 넥스트플로어가 '프렌즈런'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이미 유행이 지난 작품을...'과 같은 냉소적, 회의적인 느낌만 강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러너 게임이 국내 모바일 게임 성장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지만, 이내 RPG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내어주고 지표가 우하향 곡선만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초부터 대작급으로 불리는 게임까지 모두 RPG가 석권했고, RPG의 비중은 각 오픈 마켓 최고 매출 10위권 이내만 적게는 50%, 많게는 70%까지 차지하고 있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모바일 게임 트렌드가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넥스트플로어의 '프렌즈런'은 어떻게 보면 시대를 거스르는 작품이 되는 셈이다.

그런 단점을 떠안고도 프렌즈런이 보여준 출시 전 지표는 매우 훌륭했다. 1차 CBT 호평에 이어 진행한 사전예약에서 카카오게임 역대 최대 110만 명을 넘어선 것.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원히트원더'를 쌓고 사라진 러너 게임의 진정한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프렌즈런을 개발하는 김훈일 넥스트플로어 디렉터의 격투 게임 글로벌 우승 수상 이력이 색다른게 흥미로웠다. 덕분에 '하는 게임'의 글로벌 실력자가 만든 '프렌즈런'이 되었다.

정식 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넥스트플로어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 포스코 SS&CC 타워에서 김훈일 디렉터를 만나 솔직한 심정과 지난 개발기를 들어봤다.


▲ 여러분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 잘 들으셔야되요!

- 출시를 앞두고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김훈일 디렉터: 기대반 걱정반인데, CBT 때 즐겨주신 분들이 많은 피드백을 주면서 응원을 해주셨다. 사전 소문만으로도 지금까지 지표가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로 나오고 있다. 이대로 계속 진행되면 과거의 러너 게임의 전성기를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 왜 러너 게임을 만들려고 했나?

김훈일 디렉터: 쉽게 볼 수 있는 RPG 등 다양한 게임들이 '하는 게임'을 지향하지만, 모바일 디바이스 한계상 조작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러너 게임이 '하는 게임'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전 K사에서 게임 입점 심사를 담당했었고,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가 러너 게임이었다. 특히 히트를 기록한 C 게임과 W 게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만들게 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이백원'이 만든 러너 게임입니다

- 총 개발 기간은 얼마나 소요되었나?

김훈일 디렉터: 처음부터 계산하자면 약 1년 정도 걸렸다. 중간, 중간 많이 뜯어고치고, 뒤엎기도 했다. 특히 디자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카카오프렌즈 IP(지적재산권)를 사용하기 때문에 검수받는 과정에서 많이 걸렸다. 캐릭터 하나 제작하는데 2주, 검수는 그보다 더 소요되었다.

-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과 사내의 반응은 어땠나?

김훈일 디렉터: 기존 러너 게임은 끊임없이 질주하지만, 프렌즈런은 스테이지를 넘어가면서 흐름을 끊는다. 이 부분에서 흐름을 끊느냐 아니면 연결하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히 갈렸다. 부정적으로 바라본 분들도 플레이를 해보면서 러너 게임이면서도 어드벤처 느낌이 나니 호의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아직도 RPG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웃음).

- 카카오에 검수를 받는다고 했는데, 캐릭터 말고도 다른 부분에서도 검수 받나?

김훈일 디렉터: 완전한 검수는 아니더라도 프렌즈런의 배경에 카카오프렌즈가 연관된 부분이 있다. 이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카카오의 검수를 받고 있다.

- 카카오 IP 결합 배경은 무엇이었나?

김훈일 디렉터: 사실 이 프로젝트가 파이가 커진 것은 김민규 대표님이 기획을 보고 1시간 이상 질문을 쏟아내셨다. 그 뒤로 대표님도 이 게임을 꼭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카카오프렌즈와 결합하게 됐다.

카카오프렌즈 IP를 사용 계약할 당시만 하더라도 개발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도 많았고, 이후에 등장한 캐주얼 게임이 크게 성공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한다.


▲ 오늘도 귀여운 무지가 악마가 되어 달리고 달린다

- 개발 비중은 어떻게 되나?

김훈일 디렉터: 기획과 검수는 제가 맡고, 이노에이지는 개발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좋은 기회를 얻어 카카오프렌즈와 결합하면서 커졌다. 이노에이지와는 원래 원활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기본적인 틀과 구조는 이미 다 짜인 상태였다.

- 협업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라면?

김훈일 디렉터: 재밌는 사례로 말씀드리자면 어떤 한 스테이지를 기획해서 드렸는데, 기획팀에서 깰 수 없는 스테이지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클리어 가능한 장면을 플레이로 보여드리니 "그게 가능하네"라고 말했다. 그런 부분에서 재밌었다.

- 러너 게임은 게임의 시각적 밸런스가 중요한데, 밸런스를 위해 어떻게 노력했나?

김훈일 디렉터: 배경을 꽤 많이 갈아엎었다. 처음에는 게임의 고퀄리티를 중요시해서 디테일을 살렸지만, 오브젝트와 구분이 잘 안되고 눈에 피로감이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지금 버전의 배경은 정말 많이 간소화된 것이다. 배경뿐만 아니라 오브젝트도 간소화했고, 매칭이 잘되어 시각적으로 피로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 다른 러너 게임과 차별화 둔 포인트는 무엇인가?

김훈일 디렉터: 기존 러너 게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고민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W 게임은 실력이 중요한 게임이다. 유저들이 성장하고 키워도 실력이 부족하면 어려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줬다.

반대로 C 게임은 체력에 대한 한계를 둬서 성장이 되어야만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서 성장이 너무 지루하다는 것.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이 없을까 해서 고민해서 만든 게임이 프렌즈런이다.

프렌즈런은 항상 똑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스테이지가 진행되고, 향후 스테이지 점프와 같은 콘솔 게임에서 본 듯한 부분을 추가할 예정이다.

- 프렌즈런에서 가끔 어두운 스테이지가 있던데?

김훈일 디렉터: 해당 스테이지는 유저에게 패널티를 주는 공간이다. C 게임에서의 생명력 5% 감소와 같은 패널티는 유저들에게 패널티라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지가 않는다. 그래서 패널티로 시야를 살짝 어둡게 해봤는데, 확실한 차이가 나타났다. 패널티, 어드밴티지 등 가급적 모든 능력을 유저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 러너 게임은 콘텐츠 고갈 속도가 빠른데, 이에 대한 대비는?

김훈일 디렉터: CBT 이후 많은 보완을 했다. 프렌즈런은 블록처럼 스테이지를 구현해 두어 추가, 삭제가 용이하다. 월드맵 구조를 짜고 있으며 앞으로 스테이지가 계속 추가되면 교체가 될 예정이다. 계속 맵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 맵이 변경되기 때문에 플레이에 따라 다양한 체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시 버전의 캐릭터 스펙은 어떻게 되나? 향후 추가 가능성은?

김훈일 디렉터: 출시 버전의 캐릭터는 총 26종이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캐릭터도 있고, 대략 지금의 2배까지도 충분히 늘일 수 있다. 간호사 캐릭터는 쉬고 있는 캐릭터를 치료해준다거나 그런 부분을 응용한 캐릭터들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를 늘여갈 때는 고민이 필요하다. 과거 러너 게임은 신규 캐릭터가 기존 캐릭터보다 좋은 성능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프렌즈런은 다양한 캐릭터 메타로 정해진 공략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저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최대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할 예정이다.

- 타깃층은 어떻게 되나?

김훈일 디렉터: 개인적으로는 하드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러너 게임의 캐주얼 성향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는 안된다.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면서도 하드한 유저들도 수용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프렌즈런에는 록맨에서도 나오는 비슷한 콘텐츠가 있다. 그리고 체력이 소진되는 부분도 격투 게임처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 출시를 앞두고 프렌즈런 플레이 팁은?

김훈일 디렉터: 숨겨진 스테이지를 하나 알려주고 싶다. 스테이지 위로 올라가면 사막 맵이 있다. 그 스테이지 끝에 보면 아래로 떨어지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통해 파라오의 무덤으로 갈 수 있다. 파라오의 무덤이 콘(게임재화)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또한 파라오의 무덤에서만 나오는 유물도 있다. 성장을 바란다면 파라오의 무덤을 꼭 찾길 바란다.

- 개인적인 프렌즈런의 기대감은?

김훈일 디렉터: 미묘한 차이가 있다. 최근 러너 게임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 시장 자체만 봤을 때, 과연 프렌즈런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히트를 기록한 게임은 이미 2~3년 전에 출시한 게임이다. 때문에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목표는 높게 생각하고 있다. 매출 순위로는 1위를 꼭 해보고 싶다.


▲ 매출 1위를 꼭 해보고 싶어요. 크..큭...왜 웃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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