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커뮤니티에서 만나 게임 개발, 출시까지

모바일게임 산업이 성장기를 넘어 숙성기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밖으로는 글로벌 게임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안으로는 대형 게임업체들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플레이포럼은 유니티코리아와 함께 모바일게임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인디 게임 개발자들과 만남을 통해 ‘인디 개발사가 게임산업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그들의 고뇌와 프로젝트 현황, 현 시장의 문제점 등을 여과없이 담백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최근 인디 개발자들 커뮤니티 사이에는 혼자서 모든 것을 소화하기보다 협업으로 보다 나은 작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18일 구글플레이에 출시한 ‘도트레인저스’도 순순디자인 송용성 PD(이하 닉네임 ‘순순PD’)와 최태민(이하 닉네임 ‘호호’)씨가 1년간의 협업으로 결실을 맺은 작품. 시니어와 주니어로 이뤄진 그들의 만남은 얼핏보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와 비슷하게 그려졌다.

■ “낯선 남자에게서 공대생의 향기를 느꼈다” 순순PD와 호호씨의 첫 만남


▲ 좌로부터 송용성 PD, 최태민씨

인디 개발자 커뮤니티 ‘레벨제로’를 운영하고 있는 순순PD는 국내에서 유니티 엔진이 알려지지 않은 시기부터 독학으로 공부해 업계에서 전문가로 통한다. 대기업 디자인센터, 게임 개발사, 하드웨어 스타트업 등에서 근무한 그는 지난 2012년 유니티 엔진을 처음 관심을 갖게 됐고, 게임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열정 하나로 유니티 강좌와 숨겨진 고수를 찾아다녔다.

순순PD는 3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동영상 강좌와 스타트업 컨설팅 등으로 커뮤니티에 알리기 시작할 무렵, 유니티코리아의 후원 아래 개최된 인디게임 세미나에서 같은 커뮤니티 회원인 호호씨를 만나게 됐다. 그때 순순PD가 본 호호씨의 첫 인상은 ‘이 사람에게 공대생의 느낌이 난다’였고, 순순PD는 완벽하게 게임 개발자로 다듬어지지 않은 호호씨의 모습에 ‘가르치면서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디게임 세미나에 출품한 호호씨의 기획 작품은 도트로 만들어진 ‘도트레인저스’. 그때는 기획 단계만 완성되어 있었을 뿐 정식 게임 출시까지 아직 거리가 멀었다. 커뮤니티 운영자와 회원 관계인 순순PD와 호호씨는 세미나 이후에도 따로 가벼운 교류의 자리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해 첫 협업의 작품인 ‘도트레인저스’를 정식 출시하기에 이른다.

출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 기획은 1개월 개발 이후 정식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각자의 현업과 병행한 개발은 시간적인 부족함을 가져왔고, 출시일은 지난해 7월과 12월 순순PD와 호호씨의 각각 결혼식까지 겹쳐 점점 늦춰졌다.

미뤄지고 미뤄지다가 지난해 9월 순순PD가 전 직장을 퇴사하고 개발에만 매진하면서부터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후 12차례에 걸친 UI(유저인터페이스) 교체와 콘텐츠 추가 및 변경으로 완성된 게임의 모습을 갖췄다. 실제 본격적인 개발 기간은 약 3개월정도 소요된 셈.

순순PD는 “게임 개발에 자질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다양한 이유로 기회를 잡지 못해 포기한 분들이 많았다”며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바램이었던 좋은 콘텐츠를 가진 분들의 활동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순순PD와 호호의 첫 콜라보레이션 ‘도트레인저스’


▲ 순순PD와 호호씨의 첫 협업 결실 도트레인저스

그 일환으로 커뮤니티 레벨제로의 첫 번째 공식 프로젝트 ‘도트레인저스’가 정식 출시했다.

순순PD와 호호씨가 처음 출시하는 ‘도트레인저스’는 “딱 10분만 유저들을 붙들어두자”를 목표로 개발한 방치형 RPG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기자도 처음에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트레인저스를 플레이하다가 어느 순간 스마트폰 배터리가 모두 소진될 정도로 몰입하고 있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레트로한 도트 그래픽으로 제작된 도트레인저스는 모든 것을 빼앗긴 황금수저의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로, 탱커와 딜러, 서포터로 구성된 7종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120여종의 다양한 아이템으로 강력한 파티를 구성해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게임이다.

AI(인공지능)은 순순PD가 담당했고 캐릭터 디자인과 게임 콘텐츠 부분은 호호씨가 맡았다. 순순PD가 UI를 12번 갈아엎으면서 다듬어가는 동안, 호호씨는 그래픽 완성을 위해 퇴근 후 집에서 몇 십분씩 태블릿으로 도트를 찍고 자기를 반복. 그 덕분에 캐릭터의 레트로한 느낌은 더욱 살아났다.

이 게임은 방치형 RPG 시뮬레이션이다보니 한 손으로 재화를 수집하고 업그레이드만 해도 될 정도로 조작에 대한 요구가 낮은 편이다. 즉 켜두기만 해도 알아서 스테이지를 반복하면서 재화가 쌓여가고, 이용자는 그 재화를 사용해 보다 강한 캐릭터로 다음 스테이지 돌파를 위한 준비를 하면 된다.

특히 스토리가 가미된 스테이지는 1000스테이지까지 준비되어 있고, 이후는 보스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스페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보다 강력한 캐릭터 파티 구성에 갈망이 깊어진다.

또한 도트레인저스는 결제에 대한 부담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다. 도트레인저스는 인앱 결제 방식의 무료 게임으로 출시했고, 게임 내 굳이 별도의 결제를 진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과금 요소가 낮은 편이다. 다만 잠깐 등장하는 선택적인 광고 클릭으로 얻을 수 있는 오브(게임 재화)로 아이템 구매는 또 다른 재미.

순순PD는 “게임을 만들 때 내 이용자들의 재미가 필수적인 요소다. 게임의 본질적인 의미인 재미를 추구하면 상업적인 성공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호씨는 “도트레인저스는 상업적인 성공보다 같은 순순PD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프로젝트 완성이 목표였다. 물론 차기작은 전문적으로 게임 업계에 어필할 수 있는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티 엔진 전문 PD로서 인디 레이블 구축이 목표


▲ 순순디자인 송용성 PD

1년의 각고 끝에 도트레인저스를 출시한 순순PD는 향후 목표로 유니티 엔진을 사용한 인디 레이블 구축을 꿈꾸고 있다.

그가 목표로 하는 인디 레이블은 소속사와 아티스트 개념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구체화를 못하는 아티스트(개발자)를 도와 천천히 빌드를 가르치면서 출시까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 대부분의 1인 스타트업들이 기획 초기 단계에만 바짝 집중해 정작 중요한 단계에서 힘을 쏟아 붓지 못하고 멘탈 버닝이 일어나는 것을 체계적인 단계로 풀어간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계약 부분도 마찬가지다. 순순PD는 코어한 콘텐츠를 보유한 개발자를 발굴 했을 때, 출시 이후 수익이 발생한 시점까지 노예 계약이 아닌 아티스트에게 보다 선택권을 넓혀 자유로운 레이블을 추구한다.

순순PD는 추구하는 목표를 바탕으로 차기작 또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다. 순순PD가 구상 중인 차기작은 연내 2개가 목표. 그가 운영하는 인디 개발자 커뮤니티 내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초급자와 함께하는 도트레인저스의 ‘레벨1 프로젝트’와 다르게 보다 심도 있는 개발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순순PD는 그것을 통해 인디 개발자 PD로서 게임 팬층이 확보가 될때까지 아이덴티티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순순PD는 “무조건 트랜드를 따라가거나 상업성만 강조하는 것보다 유저의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연내 출시를 목표로 잡은 2개의 프로젝트도 가벼운 마음이 아닌 무거운 마음을 갖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험난한 길을 걸어온 순순PD는 도트레인저스 출시를 계기로 마음의 짐을 덜어내 밝은 표정을 띄고 있었다. 그의 열정은 만난 자리 내내 도트레인저스에서 고쳐야될 점이 있는지 기자에게 물을 정도로 뜨거웠다.


▲ 유니티 엔진으로 맺어진 순순PD와 호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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